공식 공개

2015년 제2회 지방직공무원 시험(7급) 국어(한문포함)(지방7급) · D책형 · 16/20

국어(한문포함)(지방7급)

다음 글을 읽은 후의 반응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화개 장터’의 냇물은 길과 함께 세 갈래로 나 있었다. 한 줄기는 전라도 땅 구례 쪽에서 오고 한 줄기는 경상도 쪽 화개골에서 흘러내려, 여기서 합쳐서, 푸른 산과 검은 고목 그림자를 거꾸로 비추인 채, 호수같이 조용히 돌아, 경상 전라 양도의 경계를 그어 주며, 다시 남으로 흘러내리는 것이, 섬진강 본류였다. 하동, 구례, 쌍계사의 세 갈래 길목이라, 오고가는 나그네로 하여, ‘화개 장터’엔 장날이 아니라도 언제나 흥성거리는 날이 많았다. 지리산 들어가는 길이 고래로 허다하지만 쌍계사 세이암의, 화개협 시오 리를 끼고 앉은 ‘화개 장터’의 이름이 높았다. 경상 전라 양도 접경이 한두 군데일 리 없지만 또한 이 ‘화개 장터’를 두고 일렀다. 장날이면 지리산 화전민들의 더덕, 도라지, 두릅, 고사리 들이 화개골에서 내려오고 전라도 황아장수들의 실, 바늘, 면경, 가위, 허리끈, 주머니끈, 족집게, 골백분 들이 또한 구롓길에서 넘어오고, 하동길에서는 섬진강 하류의 해물장수들의 김, 미역, 청각, 명태, 자반조기, 자반고등어 들이 들어오곤 하여, 산협치고는 꽤 은성한 장이 서는 것이기도 했으나, 그러나 ‘화개 장터’의 이름은 장으로 하여서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장이 서지 않는 날일지라도 인근 고을 사람들에게 그곳이 그렇게 언제나 그리운 것은, 장터 위에서 화개골로 뻗쳐 앉은 주막마다 유달리 맑고 시원한 막걸리와 펄펄 살아 뛰는 물고기의 회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주막 앞에 늘어선 능수버들가지 사이사이로 사철 흘러 나오는 그 한 많고 멋들어진 춘향가 판소리 육자배기 들이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게다가 가끔 전라도 지방에서 꾸며 나오는 남사당 여사당 협률 창극 신파 광대들이 마지막 연습 겸 첫 공연으로 여기서 으레 재주와 신명을 떨고서야 경상도로 넘어간다는 한갓 관습과 전례가 이 ‘화개 장터’의 이름을 더욱 높이고 그립게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김동리, 역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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